본전치기 주식인생
30년 가까이 주식투자하면서 팍스넷에 글 써보기는 처음이다. 팍스넷에 글을 쓰는 심정은 무엇일까 항상 궁금했다.
난 왜 글을 올리려 하지 않았을까?
내가 글을 올리기에는 너무 부족한 점이 많다는 생각때문이었을 것이다.
90년대 초 마치 전문가인양 주식상담을 하기도 했던 것을 생각하면 우습기까지 하다.
IMF를 맞기전까지만 해도 실패가 없었고 항상 자신만만했었다.
주식판은 열심히 공부하면 영원히 돈을 벌 수 있는 즐거운 세계로 생각되었다.
만약 IMF가 아니었다면 안정된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투자자의 길로 들어섰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나에게는 IMF가 나의 인생을 고되지 않게 해준 은인이라고 해야 할까?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다.
언제인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70포인트 이상의 충격적인 폭락을 겪은 후 주식을 접었다. 그당시 모든 주식을 정리한 덕분에 아직까지 주식판에 머무를 수 있었다. 마치 끊었던 담배를 한대 피워서 골초가 되는 과정처럼 99년초 또 다시 소액으로 주식매매를 시작하여 현재에 이르렀다.
그러다 아파트 중도금까지 주식에 집어넣게 되었고 또다시 폭락의 기로에서 가까스로 정리하여 벼랑끝 위기에서 탈출하였다. 어느날 증권사에 전화해보니 여직원이 상황이 좋지 않다는 떨리는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또다시 IMF의 악몽이 떠올랐고 모든 주식을 시장가로 매도해달라고 주문하여 다소 손해를 보고 전종목을 매도하였다. 그렇게 중도금을 회수한 후 우여곡절끝에 아파트에 입주하였다.
참으로 지금 생각하면 그런 결단력이 어디서 나왔는지 소심하고 결단력 없는 현재의 모습을 보면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그만큼 절박한 상황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한때는 높은 수익률을 올리기도 했지만 도박판같은 주식시장에서 그러한 돈은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점점 최악의 투자습관만 몸에 배서 급등주만 쫓아다니고 불나방처럼 이리저리 불꽃만 보면 달려들었다. 그나마 미수와 신용을 사용하지 않은 덕분에 주식시장에서 살아남았다.
벌고 잃고를 반복하다보니 정신은 피폐해지고 몸은 망가져갔다. 더이상 주식판을 들여다보기 싫어 전재산을 미래산업에 투자하고 주식판을 떠났다. 더 이상 주식매매를 하지 않기로 마음먹고 골프에 빠져서 5년 이상을 보냈다. 그야말로 5년간 한번도 주식시세를 들여다 보지 않은 것이 신기하다. 그만큼 주식판에 대해 절망과 환멸을 느꼈다.
5년이 지난 어느날 미래산업의 폭등소식이 들려왔고 그 이후 여러차례 매매에 성공을 거두었다. 그 이후로 느낀 바 있어 90년대초의 초심으로 돌아가 원칙을 중시하고 기본을 철칙으로 삼았다.
그러나 여전히 주식판에서 성공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너무 많았다. 특정종목에 대한 과신과 몰빵투자, 과욕 등으로 풍전등화같은 파도타기가 계속되었다.
또다시 몰빵한 종목이 폭락하였고 3년 이상의 기나긴 세월이 흘렀다. IMF에는 신속히 손절하였지만 손절의 기로에서 타이밍을 놓치고 하염없이 기다리던중 코로나를 맞아 거의 절망적인 상황에 빠져들었다.
그렇지만 주식을 믿고 끝까지 버텨서 최근 원금을 회복하는 순간이 찾아왔다. 이렇게 빨리 코스피가 반등하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는데 우리 경제가 이렇게 강해졌는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퇴직후에는 소액으로 하던 단기매매도 접고 조깅과 등산 등 운동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니 마음이 편하다. 그러나 담배를 끊은지 5년이 지났건만 주식은 담배보다 끊기가 어려운 것 같다.
여전히 주식으로 큰 돈을 벌려는 욕망은 삶의 희망이자 거부할 수 없는 마약이다. 더군다나 저금리 시대가 되다보니 주식에 대한 관심을 접기가 힘들다. 하지만 이제는 탐욕과 몰입을 통제할 수준은 되는 것 같다.
주식판은 공부도 열심히 해야 하지만 자신을 통제할 수 있는 심리적 완성도가 높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려운 득도의 수련과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또한 주식투자는 타고난 천성이 뒷받침되고 마음을 수련하지 않으면 결코 성공하기 어려운 재테크분야의 울트라마라톤이다.
최근 주식에 입문한 많은 개인투자자들이 나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를 희망해보지만 웃으면서 주식판을 떠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나에게 마지막 희망이 있다면 70세가 되기 전에 웃으면서 주식판을 떠나는 것이다.
아울러 미국처럼 많은 국내기업들이 끊임없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여 단기든 장기든 모든 투자자들이 윈윈하기를 기대해본다.
*출처: 팍스넷
작성자: 골든러버